산골에서 태어나 산골에서 자란 필자에게 있어서 어릴 때 어른들이 야단을 치거나 겁을 줄때면 꼭 두 가지 말을 했다.
하나는 “너 말 안 들으면 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저기 순사(경찰)아저씨 온다.”였다.
그래서 경찰 아저씨는 어려서부터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도 훗날 저렇게 멋있고 위풍당당한 경찰이 될 수 있을까하고 경찰의 꿈을 꾸기도 했다. 오십년의 세월이 지나 경찰신문의 원고를 부탁받고는 가슴 설레임과 함께 두려운 마음으로 펜을 들어 지면을 열어본다.
지금의 시대는 혼란의 시대요 격동의 시대라 무슨 일이든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고 모든 것의 실체를 바로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민들이 혼돈 속에서 갈등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자존감과 자긍심마저도 약화되거나 상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우리 경찰의 아름다운 자리는 어디일까. 경찰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문제나 사건에 대한 실체와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건축한 후에도 건물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따르는 것처럼 진실이 무엇이며 본질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아야한다.
다음은 공명정대함이다. 공명정대함이란 모든 일을 처리하거나 행할 때 마음이 공평하고 사심 없이 하되 밝고 큰마음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다. 졸장부가 아닌 대장부 같은 마음의 자세로 좌우로 치우치거나 흔들림 없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속성은 힘의 원리에 따라 이동하거나 기울어지는 게 보편적이다. 그래서 권력의 이동에 따라 순식간에 힘의 이동이 일어나고 가진 것의 많고 적음에 따라 예우가 달라지고 모여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육십년이 넘도록 살아온 필자의 눈에는 힘 있고 많이 가진 자들의 불의와 불법과 탈선이 힘없고 못가진 자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힘있는 자들이나 윗선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안 볼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경찰 본연의 마음은 귀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야한다.

또 하나의 소중한 가치와 목표는 이 땅에서 공직을 마감할 때나 좀 더 세월이 지나 삶을 마감할 시간이 찾아올 때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어 큰 과오가 없었음에 감사하고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도 중요하고 진행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요 복된 자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