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강철왕> 제작과 관련해 KBS가 지금까지 밝혀온 것과는 달리 제작 초기부터 외주제작사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들과 접촉하며 제작을 적극 도와 온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배재정(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실이 경상북도와 포항시 사이에 오고 간 공문을 입수한 결과, KBS는 단 한 차례의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미 지난해 3월 31일자로 제작사인 (유)강호프로덕션(대표 유호식) 쪽에 ‘드라마 <강철왕>(가제) 편성의향 통보’(별첨1)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이는 KBS가 줄곧 “올해 6월 1일 드라마 기획회의를 한 뒤 6월 4일자로 제작사에 편성의향을 통보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당시 KBS가 강호프로덕션 쪽에 보낸 공문은 드라마기획국 팀장인 L모씨, EP(부장급)인 K모씨, 국장 직무대행이었던 K모씨의 결재를 거친 것으로 돼 있다. KBS가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이었던 정황은 포항시가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공문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3월 31일자로 제작사 쪽에 편성의향을 통보하고, 한 달여 뒤인 5월 6일 제작사 관계자와 함께 포항시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면담 자리에서 포항시는 곧바로 드라마 세트장 건립과 제작비 지원 의향을 밝혔 다. 포항시 입장에서는 KBS 관계자가 직접 방문한 것이어서 편성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예정일도 KBS가 기존에 밝혀온 것과는 사뭇 달랐다. KBS는 “제작사가 올해 방영을 요구했으나 대통령 선거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내년 1월로 연기했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KBS는 지난해 3월 31일 제작사 쪽에 보낸 ‘편성의향 통보’ 공문에서 방송예정일을 ‘올해 상반기’로 적시하고 있었다.

올해 방영을 목표로 했던 점은 포항시가 지난해 11월 24일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포항시는 공문에서 올해 6월까지 부지조성 및 세트장 건립을 마치고, 7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 <강철왕> 제작을 마친 뒤 12월에 방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배재정 의원은 “KBS는 논란이 불거지자 △외주제작사가 갖고 온 계획을 검토한 것뿐이다 △편성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방영시기도 내년으로 돼 있는데 정치적 논란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며 “그러나 공문에서 드러나 듯 KBS는 내부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강철왕> 제작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이처럼 KBS가 무리수를 둔 것은 방송사 고위층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적극 개입했다는 방증”이라며 “27일 열리는 KBS 결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연임 이야기가 나오는 김인규 사장과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경상북도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길영 감사를 상대로 의혹을 철저히 추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응도기자ked646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