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외부 행사 취소… 연일 “단호 대응” vs 손학규, ‘평화해결’ 주장… 당내 입지 다지기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잠룡’들의 ‘안보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북한발(發) 안보이슈가 “이제는 특수한 게 아니라 상시적인 것”이라는 쪽으로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서 나름의 대응책을 세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안보이슈에 취약했던 주자들은 유약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시각이 모호했던 주자들은 선명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고 육영수 여사 탄신제 참석을 취소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연평도 사태 이후 ‘외부 활동을 할 때가 아니다’고 해서 가급적 대외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27일에도 팬카페 회원들과의 불우이웃돕기 김장 행사 참석을 취소한 채 전사한 해병들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는 북 연평도 포격 도발 다음날인 24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지역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는 일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연평도 사태 이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안전망을 점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전사한 해병들의 분향소를 찾아 “우리는 북한이 도발하면 그 이후엔 반드시 한·미 연합 전력의 강화가 이어진다는 공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6일 연평도를 방문해 긴급구호자금 5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지원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모두 섬을 떠나는 것을 보고 이래서야 국가방위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국가든 주민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번 사태 발발 직후 “모든 책임은 북한이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하면서도, “전쟁은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평화해결론’으로 자신의 입지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대포폰 논란과 4대강 사업 등 그간 정국을 주도해온 이슈들이 함몰된 것이 고민이다.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은 여권의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에 적극 대응하면서 존재감을 심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연평도 사태는 민주 정부 10년의 햇볕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유효한 정책임을 입증했다”고 했고, 정세균 최고위원은 “제2의 연평도 사태를 막는 방법은 햇볕정책을 더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태kimht10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