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기간 : 2010년 11월 30일 ~ 2011년 3월 31일 일시
공연 장소 : 샤롯데씨어터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빨간 커튼이 열리고, 검은 망토의 지팡이를 짚은 한 중년 남자가 등장해 ‘그’의 소개를 시작한다. 말끔한 정장에 머리를 곧게 빗어 넘긴 이 남자, ‘지킬’이 등장해 위원회 회원들을 설득시키고 있다. “저를 한 번만 믿어 주십시오. 저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떼어낼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정신적인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해내고자 오랜 연구에 매진 중이다.
‘지킬앤하이드’는 1990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앨리 극장에서 세계 초연을 갖고,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 7월에 첫 개막되었다.
초연 이후, 고급스러움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으로 평가되며 숱한 화제를 끈 이 작품은, 배우 조승우를 일약 톱스타 덤에 올려놓는가 하면 탄탄한 스토리와 수려한 음악들, 공감을 이끌어 내는 생생한 인물 캐릭터로 단숨에 한국 뮤지컬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신화를 세우기도 했다.
이 뮤지컬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선’과 ‘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매우 단순한 주제이다. 우리 안에는 모두 ‘이성’과 ‘감성’이 존재하며, ‘밝음’이 있기 위해 ‘어둠’ 또한 존재하듯, 모든 것은 이중성의 잣대 위에 놓여있다. 극은 서서히 그 이중성의 잣대 위, ‘선’과 ‘악’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는 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두 인물로써 존재하고, 두 개의 인격체이지만 또 한 사람이다. 한 명의 배우가 전혀 상반된 두 인물을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승우는 해냈다. 군 제대 후 4년 만에 복귀한 조승우의 ‘무대’는 ‘무대 그 이상’이었다. 폭발적인 가창력도, 아주 잘 생긴 외모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왠지 모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가 보이는 것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연기가 아니었다. 조승우는 지킬로써도, 하이드로써도 모두 완벽히 분해 있었다. 대사 한 마디, 노래 한 소절에도 그의 ‘머리와 심장이 싸우는’ 애끓는 심정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병으로 고통 받는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낼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내는 지킬. 그러나 그 무모한 실험에 동참할 이는 아무도 없다. 끝내 지킬은 스스로 실험의 주인공이 되어 팔을 걷어 부치고 스스로에게 약을 투여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약물 투여 30여초 후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킬은 하이드로 변해간다. 가지런히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 헤친 후 해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은 평소 그토록 저주해 오던 ‘위선자’들을 하나 둘 처리해 간다. 반은 묶고, 반은 푸른 머리로 몸을 돌려가며 반쪽의 ‘지킬’, ‘하이드’를 연기해 내는 조승우의 모습은 가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겉보기에 지킬은 완벽한 신사다. 고상하며 사회적 지위 또한 높다. 그러나, 하이드로 변한 지킬은 평소 속이 탈 정도로 비난해 오던 위선자들을 닮아간다.